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 보고싶다 영일만 사람들 – 포항 중앙동, 죽도동

(뉴미디어뉴스) 대한민국 지도는 호랑이를 닮았다. 호랑이의 꼬리 부분에 위치한다는 포항 영일만. 우리나라 산업경제의 견인 역할을 해온 제철소가 있는 곳이기도 한데. 철강 도시 포항을 만들어준 제철소의 신화를 사람들은 ‘영일만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가장 먼저 해를 맞이한다는 뜻의 영일만은, 제철소의 신화가 있기 전부터 천혜의 어장으로 이곳 주민들에겐 오랜 삶의 터전이었다. 용광로보다 더 뜨겁게 삶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곳. 영일만을 품고 있는 동네, 포항 중앙동·죽도동에서"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스물네 번째 여정이 시작된다.



● 이주민들의 추억이 서린 곳, 포항운하의 어제와 오늘

곧게 뻗은 강줄기 위로 유유히 오가는 배들을 발견한 김영철. 도시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물길은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는 포항운하이다. 과거 포항은 다섯 개의 섬으로 이뤄진 지역이었다. 섬 사이로 흐르던 물길이 1968년 제철소가 건립되면서 택지난 해결을 위해 매립되었다. 주택난은 해결되었지만 악취와 오염 문제가 생겼다는데. 그 후 2013년 하천복원을 위해 형산강 물길을 다시 이으며 지금의 운하가 탄생했다. 오염된 물은 맑아졌지만 그 과정에서 토박이 주민들은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야만 했다고. 다사다난한 역사가 흐르고 있는 운하. 김영철은 운하를 따라 동네를 둘러볼 수 있는 크루즈에 탑승해보기로 한다. 11인승의 작은 크루즈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노부부를 만난 김영철. 알고 보니 운하가 있는 이곳 물길에 노부부의 집이 있었다는데. 시할머니, 시어머니, 자녀, 손자들까지 5대가 함께 거주하며 부부의 청춘과 추억이 녹아있는 집이라고. 당시 운하를 건설하기 위해 2천명이 넘는 주민들이 이주해야 했다. 수천 명의 집터가 잠긴 물길을 바라보던 김영철. 정든 동네를 떠나야했던 마음, 이주를 결정하기까지 겪었던 그들의 고뇌를 생각하며 잠시 숙연해짐을 느낀다.



● 포항 토박이도 모르는 직업?! 낚싯줄에 미끼 끼우는 사람들

육지 속에 숨은 항구가 있다. 형산강 물줄기와 이어져 영일만 바다로 뻗어 나가는 곳, 신라 시대부터 고깃배가 드나들었다는 오랜 역사를 지닌 동빈내항. 정박한 배들을 구경하던 김영철은 나무상자를 하나씩 끼고 낚싯줄과 씨름하는 아주머니들을 만난다. 한 상자마다 350개의 바늘이 달린 낚싯줄이 들어있는데, 이 바늘에 새우 미끼를 끼우는 일이 이들의 일이다. 이렇게 긴 낚싯줄에 여러 개의 낚싯줄을 달아 고기를 잡는 방법을 주낙낚시라 하는데. 이렇게 동빈내항에는 주낙으로 작업을 하는 배가 많아 조업 전 이 과정을 꼭 거쳐야만 한다. 주로 어부의 아내나 동빈내항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알음알음 일을 맡기 때문에 포항 토박이들도 이런 작업을 거치는지 잘 모른다고. 어부 남편을 위해 미끼 작업을 시작했다는 아내와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40년 동안 이 일을 해왔다는 아주머니들. 새우 껍질을 벗기고 잘게 토막을 낸 뒤, 줄을 정리하고 바늘마다 미끼를 끼워야 하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지만 고기가 많이 잡히는 날은 고된 작업도 즐겁다. 한 마리 생선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많은 손길이 가는 걸 보며 새삼 감사함을 느끼는 김영철. 그 마음을 담아 새우 미끼 꿰는 작업에 동참해보는데. 한편 새벽마다 홀로 가자미 조업을 나가는 어부 남편. 생선이 많이 잡히는 날이면 그들의 노고부터 떠오른다고 하는데. 한 마리의 생선을 잡기 위해 정성과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 오늘도 아주머니들은 묵직한 새우 미끼 상자를 배에 실으며 만선의 꿈도 함께 담아 보낸다.



● 돌고 도는 것이 유행~ 7080 추억소환!

한때 포항의 명동으로 불렸다는 중앙상가. 시청이 이전한 후 경기가 침체했지만 조금씩 예전 활기를 찾고 있다는 이곳에 추억의 롤러스케이트장이 생겼다. 예전 롤러장을 떠올리며 입장하는 김영철. 롤러스케이트를 탄 채 반갑게 김영철을 맞이하는 여사장. 학창시절 추억을 잊지 못해 이 가게를 오픈하게 되었다는 열혈 롤러스케이트 팬이다. 그녀는 요즘 아이들이 핸드폰만 만지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직접 롤러스케이트를 가르치고 싶었다는데. 요즘은 퇴근 후 취미활동으로 이곳을 찾는 직장인 동호회 모임까지 생겨났을 정도. 고수로 통한다는 49세 남성을 만난 김영철. 그에게 직접 롤러스케이트를 배워보기로 한다. 현란한 기술을 선보이는 회원들 사이로 잔뜩 긴장한 채 한 발씩 내딛는 김영철. 그 시절, 청춘들처럼 들떠있는 이들을 보며 복고열풍이 불러온 7080 문화를 함께 즐겨본다.



● 추억의 빵집이 돌아왔다! 3代를 이은 제과점

유리창 너머 수북이 빵을 쌓아놓고 먹는 손님들을 본 김영철. 호기심이 생겨 발걸음한 곳은 1949년 탄생했다는 제과점! 포항 시민들에겐 추억의 미팅 장소이자 필수 데이트코스였던 포항 제1호 빵집이다. 1대 사장인 할아버지에 이어 2대 아버지 대까지 사랑받았던 제과점은 2005년 경기침체로 문을 닫아야 했다. 그 후 13년이 흘러 작년 여름, 3대인 손자가 영업을 재개하자 제과점을 그리워하던 많은 이들이 반가워했다는데. 다시 문을 열어줘서 감사하다며 13년 넘게 간직해온 제과점 비닐봉지를 가지고 찾아온 손님도 있었다고. 요즘은 재 오픈 소식을 듣고 자녀 손을 잡고 찾아와 그 시절 추억담을 들려주는 부모들도 있다는데. 특히 단팥빵과 찹쌀떡은 예전과 똑같은 맛을 낸다는 단골들의 후문. 맛의 유지비결은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시절 함께 일했던 제빵사들이 재입사했기 때문이라고. 제과점이 폐업한 후 다른 일자리를 전전했다는 시니어 제빵사들. 젊었을 적 몸담았던 가게가 다시 오픈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울컥했다고 한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제빵사들이 모인 제과점. 오래된 가게의 역사도 결국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임을 느끼며 김영철은 당시 가장 사랑받았다는 단팥빵과 찹쌀떡을 먹으며 포항 시민들의 추억을 공유해본다.



● 자연 속에서 느끼는 편안함, 도시의 허파 해송 숲

영일대 해안가 따라 마주 보고 펼쳐진 울창한 숲. 긴긴 세월 거센 해풍을 막으며 방풍림의 역할을 해온 해송 숲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무들도 바람이 불어온 방향 따라 부드럽게 휘어져 있다. 해송 숲은 안과 밖의 온도가 다른 점이 특징이라는데. 겨울철은 차가운 바닷바람을 막아 따뜻한 품이 돼주고, 찌는 더위 아래에서는 시원한 그늘이 되어준다. 영일만의 바람과 햇볕과 시간이 만들어낸 숲에서 김영철은 자연이 선사하는 편안함을 느껴본다.



● 바위만한 물고기, 죽도시장 명물 개복치

포항 앞바다와 인접해 싱싱한 해산물과 다양한 생물들을 판매하는 죽도어시장. 이곳에서 김영철은 지게차로 옮겨지는 거대한 바윗덩어리(?)를 발견한다. 최대 크기 4미터, 무게는 2톤이 넘어가기도 한다는 바위처럼 생긴 이것의 정체는 ‘개복치’라는 물고기! 잔칫날 개복치가 없으면 잔치 못 하는 집이라고 소문 날 정도로 포항에선 귀한 대접을 받는 생선이다. 쉽게 잡히지 않는 데다 거대한 크기 탓에 손질하기가 까다로워 현재 죽도시장에서도 개복치만 전문으로 하는 집은 찾아보기 힘들다는데. 1톤에 가까운 크기의 개복치가 잡힌 경우, 두 사람이 함께 해체작업을 해도 1시간 가까이 소요된다고. 36년째 오로지 개복치로만 승부를 봐왔다는 부부. 개복치를 잡느라 집안의 대소사에 제대로 참석하지 못했다는 여사장은 개복치가 그녀 삶의 전부라고 말한다. 회로 먹거나 껍질을 삶아 묵처럼 먹을 수 있다는 개복치는 무색, 무취, 무맛 3無로 알려진 생선이다. 과연 개복치를 맛본 김영철의 반응은?



영일만의 바람 따라, 물길 따라 추억이 흐르는 동네. 대(代)를 이어 추억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오는 5월 11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제24화. 보고싶다 영일만 사람들 - 포항 중앙동, 죽도동' 편에서 공개된다.